본밭에 자리를 잡은 고추 모종이 첫 번째 Y자 갈림길을 만들고 나면, 아래쪽 줄기 마디마다 손가락만 한 새싹들이 하루가 다르게 돋아납니다. 본잎과 줄기가 만나는 잎자루 안쪽 겨드랑이에서 뾰족하게 고개를 내미는 이 어린 가지들을 곁순이라고 부릅니다.
초보 재배자의 눈에는 잎과 줄기가 많을수록 광합성을 더 많이 해서 열매가 주렁주렁 달릴 것처럼 보입니다. 무성해지는 풀숲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그대로 두는 순간, 고추는 위로 뻗지 못하고 아래쪽 덤불로 변해버립니다. 원줄기로 가야 할 수분과 비료 양분이 사방으로 돋아난 곁순들로 분산되면서 정작 위쪽 주가지는 굵어지지 못하고 마디가 굳어집니다. 여름 장마철이 다가오면 땅바닥에 닿을 듯 무성해진 곁순들이 흙탕물을 뒤집어쓰며 곰팡이와 탄저병의 침투 통로로 변질됩니다.

🌿 곁순이 원줄기 양분을 빨아들이는 식물 생리
식물의 줄기 끝 생장점은 성장 호르몬을 아래로 내려보내 곁눈의 발달을 억제하려는 성질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밭에 뿌리가 완전히 자리를 잡고 토양 속 수분과 질소 양분을 본격적으로 끌어올리기 시작하면 뿌리 발 호르몬 수치가 급상승하면서 잠자고 있던 곁눈들이 일제히 깨어납니다.
곁순은 겉보기에는 연약해 보여도 스스로 주가지가 되려는 성질을 지니고 있어, 뿌리가 흡수한 수분과 밑거름 양분의 절반 이상을 가로채 급속도로 굵어집니다. 위쪽으로 뻗어 올라가 꽃을 피우고 분지를 넓혀야 할 원줄기의 물관 통로가 중간에서 가로채기 당하면서 나무 전체의 중심축이 무너집니다.
🔍 방아다리 아래 곁순 방치 시 나타나는 3가지 위험 징후
곁순을 제때 쳐내지 않고 방치했을 때 밭에서 자라는 고추를 관찰해 보면 심각한 세력 불균형과 환경 악화가 눈에 들어옵니다.
첫 번째는 주가지의 굵기 역전 현상입니다. 원래는 Y자 위로 갈라진 두 개의 주가지가 굵어져야 정상이지만, 아래쪽 곁순 3~4개가 주가지보다 더 굵어져 밑동이 문어발처럼 산만하게 퍼집니다. 위쪽 본 줄기는 가늘어져 바람에 쉽게 흔들리고, 2차 갈림길의 형성이 보름 이상 지체됩니다.
두 번째는 포기 밑동의 통풍 마비와 과습입니다. 곁순에서 자라난 잎들이 지표면을 두껍게 덮으면서 흙속 수분이 증발하지 못하고 갇히게 됩니다. 아침 이슬이 정오가 지나도록 마르지 않고 축축하게 엉겨 붙어 있으며, 줄기 밑동 표피에 푸른 이끼나 곰팡이 포자가 달라붙기 시작합니다. 세 번째는 비 온 뒤 흙탕물 튐으로 인한 하엽 반점입니다. 땅바닥에 닿을 듯 낮게 깔린 곁순 잎들이 빗방울에 튀어 오른 진흙을 뒤집어쓰고, 그 흙탕물 속에 잠복해 있던 탄저병균과 역병균이 잎맥을 타고 번져 들어가 갈색 반점이 생겨납니다.
| 판별 항목 | 적기 곁순 제거 모종 | 곁순 방치 모종 |
| 주가지 신장 상태 | 위로 곧게 뻗으며 마디 굵음 | 옆으로 퍼지며 위쪽 가지 가늠 |
| 포기 밑동 통풍 | 바람이 자유롭게 통함 | 잎이 뒤엉켜 습기가 갇힘 |
| 하엽 진흙 오염 | 흙탕물이 닿지 않고 깨끗함 | 빗물에 흙이 튀어 잎이 짓무름 |
| 착과 분지 발달 | 3~4차 분기까지 다분지 형성 | 1~2차 분기에서 확장 멈춤 |
🧪 방아다리 아래 곁순이 병해의 온상이 되는 1순위 원인
곁순을 반드시 정리해야 하는 1순위 원인은 '지표면 밀폐에 따른 통풍 불량과 빗물 흙탕물 비산에 의한 토양 유래 곰팡이병 전염'입니다.

고추 재배에서 가장 무서운 탄저병과 역병균은 공기 중에서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땅속 흙탕물 입자에 숨어 있습니다. 빗방울이 두둑 표면을 때릴 때 흙탕물이 튀어 오르는 높이는 지표면에서 약 20cm에서 30cm 안팎입니다.
방아다리 아래에 곁순이 무성하게 자라 잎을 낮게 드리우고 있으면, 튀어 오른 흙탕물이 곁순 잎 표면에 그대로 닿아 병원균의 완벽한 징검다리 역할을 합니다. 반대로 방아다리 아래 곁순을 말끔히 쳐내어 밑동 공간을 30cm가량 비워두면 빗물이 아무리 튀어도 잎에 닿지 않아 병해 발생 확률이 현저히 낮아집니다.
📐 상처 없이 깔끔하게 떼어내는 곁순 제거 요령
곁순을 따내는 작업은 단순한 손동작이지만, 나무의 몸살을 최소화하고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한 작업 기준이 존재합니다.

곁순의 길이가 3cm에서 5cm 안팎으로 자랐을 때가 가장 이상적인 제거 적기입니다. 곁순이 너무 작을 때 억지로 뜯어내면 원줄기 표피까지 길게 찢겨 나가 큰 상처를 남기고, 반대로 10cm 이상 자라 목질화된 뒤에 자르면 상처 단면이 넓어져 회복이 더뎌집니다.
가위나 칼 같은 금속 도구를 대지 말고 맨손의 엄지와 검지 손톱을 사용합니다. 도구를 소독하지 않고 이 모종 저 모종에 대면 즙액을 통해 바이러스가 밭 전체로 순식간에 번집니다. 곁순의 밑동을 손가락 끝으로 살짝 잡고 줄기 바깥쪽이나 옆쪽으로 톡 젖혀주면, 칼로 자른 듯 매끈하게 떨어져 나옵니다.
곁순을 딸 때 원줄기에 붙어 있는 넓은 본잎까지 함께 뜯어내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곁순은 떼어내되, 그 곁순을 받치고 있던 원래의 큰 잎은 그대로 남겨두어야 뿌리가 굶지 않고 활력을 유지합니다.
🛠️ 곁순이 이미 주가지처럼 굵어졌을 때의 수습책
바쁜 일정으로 밭 관리가 늦어져 곁순이 볼펜 굵기만큼 두꺼워지고 꽃봉오리까지 맺혀 있는 상태를 마주했다면 무리하게 손으로 뜯지 말고 단계적으로 수습해야 합니다.
굵어진 곁순을 손으로 잡아당기면 원줄기 껍질이 아래로 길게 벗겨지며 치명적인 궤양이 발생합니다. 이때는 약국에서 파는 소독용 에탄올에 원예용 가위를 5초간 담가 소독한 뒤, 원줄기에서 0.5cm 정도 여유를 두고 곁순을 비스듬하게 잘라냅니다. 바짝 붙여 자르려다 원줄기 물관을 건드리는 실수를 피하기 위함입니다.
굵은 곁순을 한꺼번에 4~5개씩 다 잘라내면 식물체가 심각한 생리적 쇼크를 받아 잎끝이 타고 자라던 고추 열매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하루에 가장 아래쪽 곁순 1~2개를 먼저 잘라내고, 3일 간격을 두고 위쪽 곁순을 차례대로 정리하여 식물체가 스트레스에 적응할 시간을 줍니다.
잘라낸 직후에는 자른 단면으로 곰팡이 병균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다이센엠이나 동제 계통의 살균제를 묽게 타서 줄기 아랫부분에 가볍게 분무해 주거나, 햇볕이 강한 시간대를 이용해 상처가 빠르게 마르도록 관리합니다.
🌿 곁순 정리 후 7일간 이어지는 생육 변화
방아다리 아래를 말끔하게 정리해 준 고추 모종은 일주일 사이에 눈부신 생육 반등을 보여줍니다. 낭비되던 양분이 상단부로 집중되기 때문입니다.
곁순을 제거한 지 2~3일이 지나면 떼어낸 자리에 단단한 코르크 층이 형성되며 상처가 깔끔하게 아뭅니다. 곁순으로 새어나가던 수액이 원줄기로 온전히 공급되면서 Y자 갈림길 위의 주가지들이 굵어지고 잎의 녹색이 한층 짙어집니다.
5일에서 7일 차에 접어들면 2차 방아다리에서 뻗어 나온 4개의 가지가 하늘을 향해 힘차게 솟아오르고, 갈림길마다 건강한 꽃망울이 터져 나옵니다. 포기 밑동으로는 바람이 시원하게 통과하여 지표면 흙이 쾌적하게 마르며, 뿌리는 산소를 흠뻑 마시고 더 깊은 땅속으로 굵은 곁뿌리를 뻗어나갑니다.

🛡️ 곁순 제거 시 실패를 막는 3대 예방 수칙
단순해 보이는 곁순 정리 작업도 식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날씨와 환경 조건을 철저히 따져보고 진행해야 합니다.
첫째, 비가 내리거나 흐린 날, 아침 일찍 이슬이 맺혀 있을 때는 곁순을 따지 않습니다. 다습한 환경에서 생긴 상처는 아물지 않고 세균과 곰팡이 포자의 온상이 됩니다.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쬐어 잎의 물기가 완전히 마른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사이에 작업해야 상처 단면이 반나절 만에 바짝 말라 병을 원천 차단합니다.
둘째, 한 번에 모든 곁순을 끝내려 하지 말고 2~3회에 걸쳐 순차적으로 진행합니다. 모종의 활착 상태에 따라 세력이 강한 포기는 곁순을 과감히 정리해도 좋지만, 가뭄이나 냉해로 활착이 덜 된 포기는 곁순을 며칠 더 두어 잎 면적을 확보한 뒤 뿌리가 힘을 받으면 쳐내는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셋째, 곁순을 따낸 후 밭바닥에 잎과 줄기를 그대로 방치하지 않습니다. 뜯어낸 곁순을 고추 두둑 위에 버려두면 썩으면서 잿빛곰팡이병이나 진딧물의 은신처가 됩니다. 뜯어낸 곁순은 즉시 비닐봉지에 모아 밭 밖으로 멀리 내다 버리거나 퇴비장으로 옮겨 밭의 청결을 유지합니다.
📋 현장 점검 체크리스트
✅ 곁순의 길이가 손가락 마디 크기인 3~5cm 수준일 때 적절히 손질하고 있는가
✅ 비 오는 날이나 습한 새벽을 피해 맑고 건조한 낮 시간대에 작업하는가
✅ 가위나 칼 대신 손톱 끝으로 옆으로 젖혀 상처 없이 떼어내는가
✅ 곁순만 따내고 원줄기에 붙은 넓은 본잎은 다치지 않게 보존했는가
✅ 뜯어낸 곁순 잔재물을 두둑 위에 방치하지 않고 밭 밖으로 깨끗이 치웠는가
❓ 자주 묻는 현장 질문
Q. 방아다리 아래에서 자란 곁순에서도 고추가 달리던데 그냥 키우면 안 되나요?
곁순에서도 고추가 달리기는 하지만 크기가 작고 과육이 얇은 불량과가 대부분입니다. 그 작은 열매 몇 개를 얻으려다 위쪽 주가지 수십 개에서 수확할 크고 실한 고추 수백 개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아래쪽 잔가지는 과감히 포기하고 위쪽으로 나무의 체격을 키워 다수확을 노리는 것이 고추 농사의 기본 원칙입니다.
Q. 곁순을 따고 며칠 뒤에 가보니 같은 자리에서 또 새순이 돋아나는데 어쩌죠?
토양에 거름기가 많고 수분이 풍부하면 숨어 있던 잠아가 터져 나오면서 같은 자리에서 2차 곁순이 밀고 올라옵니다. 당황하지 마시고 손가락 끝으로 가볍게 문질러 떨어뜨려 주면 됩니다. 2~3회 정도 훑어주며 원줄기 표피가 갈색으로 단단하게 목질화되면 더 이상 곁순이 올라오지 않습니다.
Q. 곁순을 나물로 뜯어 먹어도 괜찮은가요?
농약을 치지 않은 텃밭의 어린 고추 곁순은 훌륭한 식재료입니다.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찬물에 헹군 뒤 들기름과 국간장에 조물조물 무쳐내면 쌉싸름하면서도 향긋한 고춧잎나물이 됩니다. 다만 진딧물 방제나 살균제 농약을 살포한 직후라면 절대 섭취하지 말아야 합니다.
🏃 오늘 당장 실천해야 할 작업
첫째, 밭으로 나가 고추 모종의 첫 번째 Y자 갈림길 아래 줄기 마디를 찬찬히 살펴봅니다.
둘째, 겨드랑이 틈에서 삐져나온 손가락 크기의 곁순들을 찾아 손톱 끝으로 톡 젖혀 깔끔하게 따냅니다.
셋째, 바닥에 떨어진 곁순 잎들을 깨끗이 주워 모아 밭 밖으로 내보내고 두둑 아랫부분의 통풍 통로를 활짝 열어줍니다.
방아다리 아래 곁순을 제때 정리해 주는 일은 복잡하게 얽힌 영양분의 길을 바르게 펴주는 교통정리와 같습니다. 불필요한 잔가지를 과감하게 쳐내어 나무의 뼈대를 굵히고 바람길을 열어주는 손길 하나가 올여름 병치레 없는 울창한 고추 수확을 이끄는 든든한 밑천이 됩니다.
다음 편에서는 방아다리 아래에 달린 본잎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다룹니다. 곁순을 딴 뒤 남겨진 원래 잎들을 무작정 다 훑어버렸을 때 뿌리가 굶어 죽는 생리적 이유와 올바른 하엽 제거 시기를 알아봅니다.
[이전 글] 11편: 고추 방아다리 꽃 제거, 안 따고 놔두면 생기는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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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목차]: 고추 편 마스터 가이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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