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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배 기술

[고추] 20편: 고추 1차 웃거름 시기, 정식 후 며칠 뒤가 적당할까

by 텃밭 농부 2026. 9. 16.

밭에 고추 모종을 심고 며칠 지나면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옆 밭 고추는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것 같은데 내 밭 모종은 제자리에 멈춰 있는 듯 보여 복합비료 포대를 서둘러 들고 나서는 일이 흔합니다. 잘 자라라는 응원의 마음으로 모종 옆에 하얀 비료 알갱이를 한 주먹씩 듬뿍 얹어주는 손길입니다.

 

정작 비료를 얹어준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모종은 짙푸르게 자라기는커녕 잎 가장자리가 갈색으로 타들어가고 새순 끝이 시커멓게 말라비틀어집니다. 밭을 갈 때 넣었던 밑거름의 기운이 아직 땅속에 가득 남아있는 상태에서 뿌리가 채 자리도 잡지 못했는데 욕심껏 얹어준 웃거름이 어린 뿌리를 절여버린 탓입니다. 고추 농사의 첫 웃거름은 달력의 날짜만 보고 주는 것이 아니라 뿌리가 흙을 쥐고 일어서는 식물체의 생육 신호를 읽고 정확한 시점을 맞추어야 성공합니다.

 

본밭에 뿌리를 내리고 방아다리 꽃을 피운 고추 모종 밑동 주변에 첫 웃거름을 주는 텃밭 현장

 

🌿 1차 웃거름이 필요한 식물 생리적 전환점

고추를 심기 전 밭에 넣었던 밑거름은 대개 정식 후 한 달 안팎까지 모종의 초기 생육을 지탱합니다. 모종은 정식 직후 2주 동안 거친 본밭 흙에 실뿌리를 뻗으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활착 과정을 거칩니다.

 

정식 후 25일에서 30일 무렵이 되면 줄기가 처음으로 Y자로 갈라지는 방아다리 위쪽으로 2차, 3차 가지가 뻗어나가고 열매가 본격적으로 굵어지기 시작합니다. 이때 식물체는 잎과 줄기를 키우는 영양생장과 열매를 키우는 생식생장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체내 양분 소모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밑거름의 영양분이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는 이 전환기에 맞추어 1차 웃거름을 채워주어야 세력이 꺾이지 않고 가을까지 꾸준한 수확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 내 밭 고추의 추비 적기를 가늠하는 3가지 관찰 기준

달력의 날짜만 믿기보다 고추의 가지 갈림길과 잎의 형태, 뿌리의 활착도를 관찰하면 웃거름을 줘도 안전한 시점인지 명확히 가려낼 수 있습니다.

 

가장 확실한 기준은 첫 번째 Y자 갈림길인 방아다리 열매의 굵기입니다. 1차 갈림길의 꽃이 떨어지고 맺힌 고추 꼬투리가 어린아이 새끼손가락 마디 굵기(길이 3~4cm) 정도로 자라났을 때가 가장 안전한 웃거름 적기입니다. 꽃도 피지 않은 어린 모종에 웃거름을 주면 잎만 무성해지고 꽃을 떨구지만, 열매가 살을 찌우기 시작한 시점에는 양분을 빨아들이는 흡수력이 최고조에 달합니다.

 

두 번째는 줄기 최상단 새순의 굵기와 색상입니다. 원줄기 꼭대기 생장점 부위의 잎 색깔이 맑은 연녹색을 띠며 마디가 단단하게 위로 솟아오르고 있다면 뿌리가 밭 흙에 완전히 안착했다는 증거입니다. 만약 아직도 잎이 누르스름하거나 낮 동안 시들거린다면 뿌리가 활착하지 못한 상태이므로 비료를 주어서는 안 됩니다. 세 번째는 모종 줄기를 가볍게 쥐고 흔들었을 때의 지지력입니다. 손끝으로 줄기를 살짝 흔들었을 때 흔들림 없이 땅을 묵직하게 붙잡고 있는 저항감이 느껴져야 거름을 소화해낼 준비가 끝난 상태입니다.

 

판별 항목 웃거름 공급 적기 추비 보류 상태 (미활착) 비료 과다 상태
방아다리 열매 상태 새끼손가락 크기 비대 꽃봉오리 미형성 열매 끝이 검게 괴사
생장점 잎 색상 맑고 생기 있는 연녹색 누렇게 탈색, 엽맥 처짐 검푸른 암녹색, 잎 말림
줄기 밑동 지지력 흙을 움켜쥐고 단단함 건드리면 헛돌며 흔들림 끈에 묶여 짓무름 발생
정식 후 경과 일수 25일~30일 경과 15일 미만 초기 단계 수시로 비료 투입 상태

🧪 너무 일찍 준 웃거름이 모종을 망치는 1순위 원인

정식 직후 성급하게 비료를 주어 고추를 주저앉히는 1순위 원인은 '미활착 뿌리 주변의 고농도 토양 용액 집적에 따른 역삼투압 탈수와 가스 장해'입니다.

 

정식 후 10일 차 미활착 상태에서 비료를 주어 뿌리가 타들어가는 모습과 25일 차 활착 후 비료를 흡수하는 모습

 

 

정식 후 2주 이내의 어린 모종은 상처 입은 뿌리를 치유하고 미세한 새 잔뿌리를 갓 밀어내는 연약한 상태입니다. 이때 알갱이 비료가 흙속에 들어가 녹으면 토양 수분의 무기염류 농도가 급격하게 치솟습니다.

 

식물 세포 안의 염류 농도보다 바깥 흙의 농도가 높아지면 삼투압 법칙에 따라 뿌리 세포 속의 수분이 오히려 흙 쪽으로 빨려 나오는 역삼투압 현상이 벌어집니다. 물을 주어도 모종이 바짝 말라 죽어가는 현상입니다. 여기에 비료가 분해되면서 뿜어내는 가스가 갇힌 비닐 멀칭 속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어린 줄기 밑동과 잎을 하얗게 데쳐버립니다.

📏 정식 후 25일에서 30일, 실패 없는 1차 웃거름 주는 요령

첫 웃거름은 주는 시기만큼이나 알맞은 비료의 종류와 정확한 양, 그리고 거리를 철저히 지켜야 안전합니다.

 

추 포기 사이 20cm 지점의 멀칭 비닐을 뚫고 적정량의 웃거름을 넣은 뒤 흙을 덮는 과정

 

 

정식 후 25일에서 30일이 지난 시점을 1차 웃거름의 표준 기준으로 잡습니다. 날씨가 쌀쌀하여 생육이 늦었다면 며칠 더 늦추고, 생육이 빨라 이미 첫 열매가 손가락 굵기로 자랐다면 20일에서 25일 사이에 시작해도 좋습니다.

 

비료는 질소와 칼륨 성분이 균형을 이루는 원예용 복합비료나 고추 전용 추비 비료를 사용합니다. 주는 양은 고추 한 포기당 성인 밥숟가락으로 깎아서 한 숟가락(약 10g에서 15g) 정도가 알맞습니다. 비료 욕심을 내어 두 숟가락 이상 과하게 넣으면 잎이 거칠어지고 웃자람이 발생하므로 소량을 지킵니다.

 

주는 위치는 반드시 고추 줄기 밑동에서 최소 15cm에서 20cm 이상 떨어진 포기와 포기 사이 중간 지점이어야 합니다. 쇠막대나 모종삽으로 비닐 멀칭에 작은 구멍을 뚫고 비료를 넣은 뒤, 반드시 주변의 젖은 흙으로 구멍을 덮어주어야 비료 가스가 밖으로 새어 나와 잎을 태우는 참사를 막고 빗물에 성분이 자연스럽게 녹아듭니다.

🛠️ 웃거름을 너무 일찍 주어 잎이 타들어 갈 때의 응급조치

만약 시기를 너무 일찍 서둘러 비료를 준 탓에 모종 잎끝이 타고 새순이 오그라들기 시작했다면 지체 없이 염류 농도를 낮추는 긴급 처방에 들어가야 합니다.

 

비료를 넣었던 멀칭 구멍을 찾아내어 아직 녹지 않고 뭉쳐있는 하얀 비료 알갱이들을 모종삽으로 긁어내어 밭 밖으로 즉시 파냅니다. 땅속에 남은 비료 찌꺼기를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작업이 급선무입니다.

 

포기 주변 흙에 맑고 미지근한 물을 평소 관수량의 두 배 이상 흠뻑 공급합니다. 포기당 1리터에서 1.5리터의 물을 천천히 관수하여 토양 속에 과도하게 뭉쳐있는 무기염류를 깊은 땅속 지하 수위선 아래로 씻어내리는 세척 작업을 진행합니다.

 

지상부의 잎을 살려내기 위해 물 20리터에 해조 추출물 액비나 아미노산제를 기준 농도의 절반으로 아주 묽게 타서 잎 뒷면에 안개 분무해 줍니다. 뿌리가 기능을 잃어 물과 양분을 올리지 못하는 동안 잎을 통해 직접 생리활성 물질을 먹여 세포 괴사를 막아주는 처방입니다.

🌿 적기 웃거름 공급 후 7일간 이어지는 생육 반응

알맞은 시기에 첫 웃거름을 공급받은 고추 모종은 일주일 사이에 놀라운 활력을 뿜어냅니다. 잎과 줄기, 열매가 삼박자를 이루며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웃거름을 투입한 지 2~3일 차가 되면 토양 속으로 녹아 들어간 질소와 칼륨 이온을 잔뿌리가 흡수하면서, 상단부 새순의 엽색이 투명한 연녹색에서 짙고 깊은 암녹색으로 짙어집니다. 줄기 표면의 탄력이 단단해지며 방아다리 위쪽 갈림길 가지들이 두께를 더해갑니다.

 

5일에서 7일 차에 접어들면 방아다리에 매달린 첫 열매가 하루가 다르게 굵고 길게 팽창하며 과육에 윤기가 흐릅니다. 2차, 3차 갈림길마다 하얀 꽃봉오리가 4개에서 8개씩 연달아 터져 나오고, 땅속에서는 굵은 측근들이 비료가 묻힌 20cm 바깥 지점을 향해 힘차게 뻗어나가며 한여름 폭풍 성장의 기초 체력을 완성합니다.

 

정식 한 달 차에 1차 웃거름을 적절히 공급받아 굵은 줄기와 짙푸른 잎을 자랑하며 꽃을 피우는 고추 밭

 

🛡️ 1차 웃거름 실패를 막는 3대 원칙

첫 웃거름은 한 해 고추 농사의 비료 관리 기준을 세우는 기초이므로 명확한 원칙을 가지고 다루어야 합니다.

 

첫째, 가뭄이 극심하여 흙이 바짝 말라 있을 때는 비료를 주지 않습니다. 흙속에 수분이 없으면 비료가 녹지 않고 고농도 덩어리로 남아 뿌리를 태워버립니다. 비가 내리기 전날이나 점적관수로 밭에 물을 흠뻑 대어 흙이 촉촉하게 젖어 있는 상태에서 웃거름을 주어야 성분이 부드럽게 용해되어 뿌리로 스며듭니다.

 

둘째, 포기 바로 밑동에 비료를 바짝 붙여 넣지 않습니다. 고추의 잔뿌리는 정식 한 달 차가 되면 이미 잎 끝이 드리우는 그늘 자리까지 넓게 퍼져 있습니다. 줄기 바로 밑은 굵은 지지 뿌리만 있어 비료를 흡수하지도 못할뿐더러 껍질만 썩게 만듭니다. 반드시 줄기에서 15cm에서 20cm 떨어진 포기 사이에 넣어 잔뿌리가 거름을 찾아 뻗어오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셋째, 요소 비료만 단독으로 과하게 주지 않습니다. 잎을 빨리 키우겠다고 질소질 함량이 높은 요소만 퍼부으면 마디 사이가 멀어지는 웃자람이 발생하고, 줄기가 물러져 여름철 탄저병과 역병에 무방비로 노출됩니다. 열매의 과육을 단단하게 살찌우는 칼륨 성분이 함께 들어있는 균형 잡힌 복합비료를 선택해야 합니다.

📋 현장 점검 체크리스트

✅ 정식 후 달력상으로 25일에서 30일 안팎의 기간이 경과하였는가

✅ 방아다리의 첫 번째 고추가 새끼손가락 마디 크기로 자라나 있는가

✅ 포기 바로 밑이 아니라 15~20cm 떨어진 포기 사이에 구멍을 뚫었는가

✅ 1포기당 밥숟가락 1개 분량(10~15g)의 적정량을 계량하여 넣었는가

✅ 비료를 투입한 구멍을 젖은 흙으로 꼼꼼하게 덮어 가스 유출을 막았는가

❓ 자주 묻는 현장 질문

Q. 비닐 멀칭을 뚫지 않고 고랑에 비료를 그냥 뿌려도 효과가 있나요?

1차 웃거름 단계에서는 고랑에 뿌리면 효과가 거의 없습니다. 정식 한 달 차의 뿌리는 아직 두둑 비닐 속 20cm 반경 안에서 자라고 있어 고랑 바닥까지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1차 웃거름은 반드시 비닐을 뚫고 포기 사이에 넣어주어야 하며, 고랑에 흩뿌리는 방식은 뿌리가 고랑까지 완전히 뻗어나오는 7월 이후 2차, 3차 웃거름 시기에 적합합니다.

 

Q. 밑거름을 워낙 많이 넣어서 잘 자라고 있는데 그래도 웃거름을 줘야 하나요?

고추 잎이 검푸른 빛을 띠며 마디가 굵고 지나치게 잎이 무성하다면 웃거름 시기를 일주일에서 열흘 뒤로 늦추어야 합니다. 밑거름 기운이 과한 상태에서 1차 웃거름까지 더해지면 가지가 너무 벌어지고 꽃봉오리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착과 불량이 일어납니다. 나무의 자람새를 보아가며 잎 색이 살짝 맑아질 때 웃거름을 투입하는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Q. 유기농 액비나 깻묵 액비로 1차 웃거름을 대신해도 괜찮을까요?

매우 훌륭한 방법입니다. 잘 부숙된 깻묵 액비나 생선 액비를 물에 500배에서 1,000배로 묽게 타서 포기 주변 흙에 관주해 주면 화학비료보다 흡수가 빠르고 가스 장해 위험이 없습니다. 단, 덜 발효된 액비는 땅속에서 썩으며 열과 가스를 뿜어 뿌리를 상하게 하므로 완전히 발효되어 냄새가 역하지 않은 맑은 액비만 사용해야 합니다.

🏃 오늘 당장 실천해야 할 작업

첫째, 밭으로 나가 고추를 심은 지 며칠이 지났는지 달력을 확인하고 방아다리에 달린 첫 고추의 크기를 살펴봅니다.

둘째, 첫 열매가 새끼손가락 마디 굵기로 자랐다면 고추 전용 복합비료와 비닐을 뚫을 모종삽을 챙깁니다.

셋째, 줄기 밑동에서 15cm에서 20cm 떨어진 포기 사이 지점에 구멍을 파고 밥숟가락 하나 분량의 비료를 넣은 뒤 젖은 흙으로 꼭꼭 메워줍니다.

 

고추 농사에서 첫 웃거름은 식물체가 어린 티를 벗고 본격적인 결실의 계절로 나아가는 영양의 징검다리입니다. 욕심을 내려놓고 모종의 활착 상태와 열매 크기를 차분하게 헤아려 제때 적량을 건네는 절제가 올여름 마디마다 탐스러운 고추를 쏟아내게 만드는 가장 현명한 첫걸음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웃거름을 줄 때 절대로 범해서는 안 되는 비료 위치를 다룹니다. 포기 바로 밑동에 비료를 부었을 때 뿌리가 썩어 들어가는 이유와 안전한 거리 확보 기술을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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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목차]: 고추 편 마스터 가이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