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모종을 심고 2~3주 정도 지나면 초보 농부의 마음은 조급해지기 마련입니다. 밭에 가보면 옆집 배추는 하루가 다르게 잎을 넓히는데 내 배추는 잎 색이 누렇게 바래며 성장이 더딘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이때 욕심을 내어 비료를 모종 줄기 바로 밑에 수북하게 얹어주었다가 불과 며칠 만에 배추 뿌리가 하얗게 녹아내리며 폭싹 주저앉는 비극을 맞이하곤 합니다. 반대로 비료를 주어야 할 결정적인 타이밍을 놓쳐 결구(속들이)를 시작도 못 하고 얇은 겉잎만 몇 장 남긴 채 농사를 망치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이처럼 영양분을 공급해 주려는 좋은 의도가 오히려 배추를 죽이거나 수확을 망치는 결과를 낳는 가장 큰 이유는 '웃거름(추비)의 정확한 시기'와 '뿌리를 보호하는 비료 투입 위치'를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 웃거름 과다 및 오작용이 뿌리를 태우는 생리적 이유
배추는 정식 후 초기에 잎을 무성하게 키우는 '골격 형성기'를 거쳐, 속잎이 마구 터져 나오며 알을 품는 '결구기'로 접어듭니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질소와 가리를 소모합니다.
[비료 장해의 생리적 원인]
고농도 화학비료가 뿌리와 직접 접촉하면 토양 속 염류 농도가 급격히 높아지며 역삼투압 현상이 일어납니다.
[눈으로 보는 현상]
뿌리가 수분을 흡수하기는커녕 가진 수분을 밭으로 빼앗겨 잎끝이 바삭하게 타 들어가고 뿌리가 갈변해 녹아내립니다.
특히 요소비료나 NK비료 같은 고농도 질소 성분은 흙 속의 미생물 및 수분과 반응하면서 유해가스를 발생시킵니다. 줄기 바짝 옆에 구멍을 뚫고 비료를 쏟아 넣으면 이 비료 가스와 고농도 염류가 어린 뿌리를 직격하여 배추의 생장점을 단번에 파괴해 버립니다.
🔍 웃거름 부족 및 피해 자가진단 기준
내 밭의 배추가 영양분이 부족해서 신호를 보내는 것인지, 아니면 비료를 잘못 줘서 비료 피해를 보고 있는지 판단하려면 다음 3가지 항목을 체크해야 합니다.
1. 양분 부족과 비료 피해의 잎 증상 구분하기
양분(질소)이 부족하면 전체적으로 잎 색이 연한 연두색이나 노란색으로 변하며 자람이 정지합니다. 반면 비료 피해를 본 배추는 잎 가장자리가 마치 불에 탄 것처럼 시커멓거나 하얗게 말라 들어가며 모종 전체가 축 늘어집니다.
2. 비료를 준 위치와 거리 측정하기
최근에 비료를 주었다면 비료를 투입한 구멍과 배추 줄기 사이의 거리를 재보세요. 거리가 10cm 미만으로 지나치게 가깝다면 뿌리 손상에 의한 비료 장해를 1순위 원인으로 의심해야 합니다.
3. 정식 후 경과 날짜 확인하기
배추 모종을 심은 날로부터 20~25일이 지난 시점이 1차 웃거름을 줄 최적의 타이밍입니다. 이 기간보다 너무 일찍 주었거나, 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정식 45일 이후에 고농도 질소를 주었다면 투입 시기 오류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 구별 항목 | 영양 결핍 (질소·가리 부족) | 비료 장해 (가스 및 염류 피해) | 적정 양분 공급 상태 |
| 잎 색상 변화 | 아랫잎부터 전체적으로 노랗게 바램 | 잎끝이 검거나 하얗게 타고 말라감 | 진한 녹색을 띠며 광택이 남 |
| 생육 속도 | 자람이 멈추고 속잎이 안 나옴 | 급격히 시들며 포기 전체가 무름 | 하루가 다르게 겉잎이 왕성하게 큼 |
| 발생 원인 | 밑거름 고갈 및 추비 시기 놓침 | 줄기 근처 비료 과다 투입 및 밀착 | 15일 간격 분할 추비 준수 |
🚨 이미 비료 피해가 생겼거나 시기를 놓쳤을 때 응급 조치
만약 비료를 줄기에 너무 가깝게 주어 배추가 타 들어가고 있거나, 웃거름 시기를 놓쳐 잎이 찌질하게 굳어있다면 즉각적인 응급 처치가 필요합니다.

- 맹물을 듬뿍 공급하여 토양 속 비료 농도를 희석하세요
- 비료 피해가 확인되었다면 영양제나 비료를 추가하는 행위를 절대 금하고, 포기 주위에 순수한 물을 포기당 2~3리터씩 흠뻑 주어 흙 속에 응집된 비료 성분을 밑으로 씻어내려야 합니다.
- 잘못 투입된 비료 알갱이를 밖으로 긁어내세요
- 줄기 바로 밑 구멍에 비료 알갱이가 그대로 얹혀 있다면 모종삽이나 손으로 비료가 섞인 흙을 살짝 긁어내어 바깥으로 제거해 주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 시기를 놓쳐 생육이 늦어진 경우 연면시비로 긴급 양분 공급하기
- 추비 타이밍을 놓쳐 뿌리 흡수가 더딘 상태라면 요소 0.2% 희석액(물 20리터 말통에 요소비료 작은 한 숟갈 약 40g)을 잎 앞뒷면에 살짝 뿌려주어 잎으로 직접 양분을 흡수시키세요.
- 회복 불가능하게 생장점이 녹은 배추는 신속히 정리하기
- 중앙의 속잎이 검게 녹아버린 포기는 회복이 불가능하므로 뽑아내고 주변 배추의 성장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 결구를 완성하는 단계별 올바른 웃거름 투입 법칙
배추 농사의 성패를 가르는 웃거름은 한 번에 많이 주는 것이 아니라, 15일 간격으로 총 3회 나누어 주는 '분량 투입'이 핵심 원칙입니다.
1차 웃거름: 정식 후 20~25일 (요소비료 사용)
배추 모종이 밭에 뿌리를 온전히 내리고 겉잎을 본격적으로 펼치는 시기입니다. 이때는 잎의 덩치를 키우는 질소 성분이 집중 필요하므로 요소비료를 사용합니다. 비료 위치는 배추 줄기에서 10~15cm 떨어진 비닐 멀칭 구멍을 따로 뚫고, 티스푼으로 하나 정도(약 5g)를 넣은 뒤 반드시 흙으로 두껍게 덮어주어야 가스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2차 웃거름: 정식 후 35~40일 (NK비료 사용)
배추 속잎이 차오르기 직전, 겉잎이 밭 전체를 덮어가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부터는 질소뿐만 아니라 속을 단단하게 채우고 병해충 저항성을 높여주는 가리(칼륨) 성분이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질소와 가리가 섞인 NK비료를 포기 사이에 구멍을 뚫어 숟가락 하나 분량(약 10g)으로 투입합니다.
3차 웃거름: 정식 후 50~55일 (NK비료 최소량 사용)
본격적인 결구가 진행되는 시기입니다. 이때는 뿌리가 밭 전체로 깊게 뻗어있으므로 이랑의 골(포기 사이 넓은 중간 지점)에 NK비료를 살짝 뿌려줍니다. 단, 수확 20~30일 전에는 모든 비료 투입을 완전히 중단해야 배추가 쓰지 않고 달콤하며, 저장 시 무름병이 생기지 않습니다.
✅ 배추 웃거름 작업 실전 점검 체크리스트
웃거름을 주기 전과 후에 다음 필수 점검 항목을 확인하세요.
✅ 모종을 심은 지 최소 20일 이상 지나 1차 추비 타이밍을 맞췄나요?
✅ 1차 추비 시 요소비료를 줄기에서 10~15cm 이상 떨어진 곳에 주었나요?
✅ 2차 및 3차 추비 시 결구를 돕는 NK비료를 준비했나요?
✅ 비료를 투입한 구멍을 밭 흙으로 두껍게 다독여 가스 배출을 막았나요?
✅ 비료를 준 직후 토양 수분 흡수가 잘 되도록 밭에 물을 주었나요?
✅ 수확 30일 전 비료 끊기 일정을 미리 달력에 표시해 두었나요?
❓ 자주 묻는 질문 (FAQ)
Q1. 복합비료(21-17-17 등)를 웃거름으로 주어도 괜찮나요?
A. 복합비료에 포함된 인산 성분은 흙 속에서 이동성이 매우 떨어져 지상부 흙에 뿌려주어야 큰 효과를 보기 어렵습니다. 웃거름으로는 흙 속에서 이동이 빠른 질소와 가리 중심으로 구성된 요소비료나 NK비료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Q2. 비료를 주고 흙을 안 덮어주면 어떻게 되나요?
A. 비료 알갱이가 공기 중에 노출되면 햇빛과 열로 인해 공기 중으로 날아가 버리는 증발 손실이 절반 이상 발생합니다. 또한 유해가스가 밖으로 분출되면서 잎을 태우기 때문에, 비료를 넣은 후에는 반드시 주변 흙으로 구멍을 메워주어야 합니다.
Q3. 비가 오기 바로 직전에 비료를 밭에 뿌려주는 것이 좋은가요?
A. 가벼운 단비가 오기 전 포기 사이에 구멍을 뚫고 비료를 넣은 뒤 흙을 덮어주면 비료 성분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아주 효과적입니다. 다만 폭우가 쏟아질 때 비닐 위에 비료를 뿌리면 약제가 빗물에 쓸려 내려가거나 한곳으로 몰려 비료 피해를 유발하므로 피해야 합니다.
🏃 오늘 당장 해야 할 일 (Action Step)
- 모종 정식 날짜 확인 및 추비 달력 표시하기
- 배추를 심은 날짜를 확인하여 정식 후 20일, 35일, 50일이 되는 날짜에 웃거름 일정을 달력에 메모하세요.
- 줄기와의 적정 거리(10~15cm) 마킹해 두기
- 오늘 밭에 나가 배추 포기를 둘러보고, 줄기에 바짝 붙어있는 위치가 아닌 외곽 15cm 지점에 비료 투입용 구멍을 미리 파두세요.
웃거름은 배추에게 주는 최고의 보약이지만, 시기와 위치를 어기면 독약이 될 수 있습니다. 뿌리가 놀라지 않도록 일정한 거리를 두고 적절한 양을 분할하여 투입하는 정성만 기울여도 배추는 속을 단단하고 차분하게 채워나갈 것입니다.
[이전 글] 6편: 배추 잎에 구멍이 생기는 이유, 벼룩잎벌레 피해 초기 대응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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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목차]: 가을배추 편 마스터 가이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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