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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배 기술

고추 밑부분이 까맣게 썩는 배꼽썩음병 원인과 칼슘 붕소 영양제 시비 방법

by 텃밭 농부 2026. 6. 24.

여름철에 접어들면서 주말농장이나 텃밭의 고추들이 부쩍 자라는 시기가 되면, 멀쩡하던 고추 밑부분이나 옆구리가 까맣게 함몰되면서 썩어 들어가는 현상을 목격하곤 합니다. 처음에는 병충해나 탄저병이 찾아온 줄 알고 살균제를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이는 전형적인 고추 배꼽썩음병의 증상입니다. 애써 키운 고추가 빨갛게 익기도 전에 아래쪽부터 거뭇하게 변해 버리면 텃밭을 가꾸는 입장에서는 참 속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증상은 곰팡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성 병해가 아니라, 식물이 자라는데 필요한 특정 영양소가 부족해서 생기는 생리장해입니다. 주로 고온기에 접어드는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데, 원인을 정확히 모르면 엉뚱한 약제만 뿌리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습니다. 고추 배꼽썩음병이 발생하는 진짜 이유와 함께, 밭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칼슘 및 붕소 보충 방법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고추 배꼽썩음병이 발생하는 진짜 원인

많은 분들이 열매가 썩는 모습을 보고 단순히 토양에 영양분이 없어서 그렇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밑거름을 충분히 넣었는데도 이 증상이 나타난다면 영양소의 특성과 물 주기 습관을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칼슘 이동의 한계와 수분 부족

배꼽썩음병의 직접적인 원인은 식물체 내의 칼슘 결핍입니다. 칼슘은 고추의 세포벽을 단단하게 만들고 열매의 조직을 구성하는 데 쓰이는 중요한 원소입니다. 그런데 이 칼슘은 식물 몸속에서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고, 오직 뿌리가 물을 흡수해 위로 끌어올릴 때만 수분을 타고 함께 이동합니다.

따라서 여름철 가뭄으로 토양이 바짝 마르거나 반대로 장마철처럼 과습 하여 뿌리 기능이 떨어지면, 고추는 물을 제대로 빨아들이지 못하게 됩니다. 이때 수분과 함께 이동하던 칼슘이 열매의 가장 끝부분인 배꼽까지 미처 도달하지 못하면서 그 부위의 세포벽이 무너지고 까맣게 주저앉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붕소 부족이 미치는 영향

칼슘과 얇은 실처럼 연결되어 움직이는 영양소가 바로 붕소입니다. 붕소는 뿌리에서 흡수된 칼슘이 식물 전체 조직으로 잘 이동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아무리 토양에 칼슘 성분이 많아도 붕소가 부족하면 칼슘의 흡수율과 이동성이 떨어지게 됩니다. 주말농장이나 화분 재배 시 칼슘제만 단독으로 주기적으로 주었는데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붕소 결핍이 겹쳤을 가능성이 큽니다.

질소질 비료의 과다 시비

고추를 빨리 키우고 싶은 마음에 욕심을 내어 질소 성분이 많은 비료나 축분을 과하게 주었을 때도 문제가 생깁니다. 질소 성분이 많으면 고추 줄기와 잎은 눈에 띄게 무성해지고 성장이 빨라집니다. 하지만 잎이 너무 많아지면 뿌리에서 올라온 칼슘이 성장 속도가 빠른 잎사귀 쪽으로 모조리 쏠려 버립니다. 결과적으로 정작 칼슘이 가장 필요한 고추 열매 끝부분에는 공급될 칼슘이 부족해집니다.

칼슘과 붕소 결핍을 해결하는 응급 처방 요령

이미 고추 열매에 거뭇한 반점이 보이기 시작했다면 토양에 비료를 주는 방식으로는 회복이 더딥니다. 뿌리로 흡수된 영양소가 줄기를 거쳐 열매까지 가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열매와 잎에 직접 영양제를 공급하는 응급 처방이 필요합니다.

1. 염화칼슘을 활용한 엽면시비

가장 빠르고 비용이 적게 드는 방법은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염화칼슘을 물에 타서 잎과 열매에 직접 뿌려주는 엽면시비입니다.

  • 희석 비율: 물 20L(일반적인 농약분무기 한 통 크기) 기준으로 염화칼슘 약 60g 정도를 넣어 잘 녹여줍니다. 일반 가정용 페트병(2L) 기준으로는 6g 내외(밥숟가락으로 약 3분의 1 수준)로 흐리게 타야 합니다.
  • 살포 방법: 고추 잎의 앞뒷면과 열매 전체에 약액이 골고루 묻도록 충분히 살포합니다. 칼슘은 이동성이 낮기 때문에 열매 주변과 새로 나오는 어린잎 위주로 뿌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2. 칼슘·붕소 복합 영양제 선택

엽면시비를 할 때는 칼슘 단일 제제보다 붕소 성분이 함께 배합된 복합 칼슘제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상용 영양제를 구매할 때는 성분표에 붕소가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단일 칼슘제만 가지고 있다면, 시중에서 파는 붕산 비료를 아주 미량(물 20L 기준 10g 이하) 섞어서 함께 시비하면 칼슘의 흡수 속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3. 시비 시 주의사항과 적절한 타이밍

영양제를 뿌리는 시기와 환경도 중요합니다.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는 한낮에 영양제를 뿌리면 잎에 맺힌 물방울이 돋보기 역할을 하여 잎이 타들어 가는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또한, 온도가 높으면 약액이 너무 빨리 증발해 버려 식물이 영양소를 흡수할 시간이 부족해집니다.

따라서 시비는 해가 뜨기 직전의 이른 아침이나, 해가 질 무렵의 서늘한 오후 시간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증상이 진행 중일 때는 4일에서 5일 간격으로 2회에서 3회 연속으로 살포해 주고, 증상이 가라앉으면 1주일에서 10일 주기로 전환하여 관리합니다.

고추 밑부분이 까맣게 괴사 된 칼슘 결핍 증상과 건강한 고추 열매를 직관적으로 비교한 단면 일러스트
배꼽썩음병 증상과 정상 열매 비교

텃밭 환경에 따른 상황별 관리 팁

주말농장이나 옥상 텃밭은 노지 전문 농가와 달리 환경 변화에 취약하므로 상황에 맞는 세심한 물관리가 병행되어야 배꼽썩음병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습니다.

나무 플랜트 박스 및 화분 재배 시

화분이나 상자 텃밭은 노지 땅에 비해 담을 수 있는 흙의 양이 제한적입니다. 흙이 적으면 그만큼 머금을 수 있는 수분의 양도 적기 때문에 여름철 강한 햇볕 아래에서는 반나절 만에 토양이 바짝 말라버립니다. 흙이 마르는 순간 칼슘 흡수는 멈춘다고 보시면 됩니다.

자동 타이머가 연결된 점적 관수 시설이 있다면 여름철 고온기에는 물주는 횟수를 늘려 흙이 완전히 마르지 않도록 조절해야 합니다. 한 번에 많은 양의 물을 한꺼번에 주는 것보다, 하루에 2회에서 3회 정도 짧게 나누어 토양의 촉촉함을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것이 칼슘 결핍을 막는 방법입니다.

주말농장 노지 재배 시

일주일에 한두 번만 방문하는 주말농장의 경우, 평일 동안 밭이 가물었다가 주말에 갑자기 물을 많이 주게 되는 불균형이 반복되기 쉽습니다. 이러한 급격한 수분 변화는 배꼽썩음병을 유발하는 주원인이 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고추 포기 주변 흙을 짚이나 검은색 멀칭 비닐, 혹은 풀 베어낸 것으로 두껍게 덮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멀칭은 뜨거운 햇빛으로 인해 토양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막아주어, 주말 사이에 밭이 바짝 마르는 것을 완화해 줍니다.

자주 하는 실수와 주의할 점

  • 탄저병과의 오인: 배꼽썩음병은 열매 끝이나 측면이 건조하게 말라 들어가면서 까맣게 변하는 반면, 탄저병은 열매 중간이나 전체에 둥근 동심원 모양의 반점이 생기며 비가 오면 그 위에 분홍색 곰팡이 포자가 진득하게 묻어납니다. 탄저병으로 오해해 비싼 살균제만 치면 칼슘 부족은 해결되지 않으므로 병반의 형태를 꼼꼼히 구별해야 합니다.
  • 이미 상한 열매 방치: 아래쪽이 까맣게 변한 고추 열매는 영양제를 준다고 해서 다시 깨끗해지지 않습니다. 이미 조직이 파괴된 열매는 회복되지 않으므로 발견 즉시 따서 버려야 합니다. 상한 열매를 그대로 두면 다른 정상적인 열매로 가야 할 영양분과 칼슘을 계속 빼앗아 가므로, 아깝더라도 빨리 솎아내어 새로 나오는 위쪽 고추들을 살리는 것이 현명합니다.
  • 고농도 시비 욕심: 영양제 효과를 빨리 보겠다고 정량보다 과하게 진하게 타서 뿌리면 잎 가장자리가 하얗게 마르거나 잎이 떨어지는 피해가 발생합니다. 결핍 증상이 심할수록 정량 혹은 그보다 약간 흐리게 타서 자주 뿌려주는 것이 식물에 무리를 주지 않습니다.

여름철 고추 관리는 결국 적절한 수분 유지와 영양소의 균형에 달려 있습니다. 밭의 흙이 너무 메마르지 않게 관리하면서 초기 증상이 보일 때 빠르게 복합 칼슘제로 응급 처방을 내려준다면, 남은 여름 동안 끝까지 깨끗하고 튼실한 고추를 수확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고추 배꼽썩음병과 같은 생리장해 외에도 여름철 텃밭을 위협하는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고추나무 전체를 시들게 만드는 해충들인데, 다음 글에서는 고추 진딧물과 총채벌레의 초기 발생 징후를 확인하고 화학 약제 없이 친환경 방제제로 밀도를 낮추는 방법에 대해 다루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