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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배 기술

고추 방아다리, 왜 따줘야 할까? 농사 초보의 흔한 고민

by 텃밭 농부 2026. 6. 16.

텃밭에 고추를 심고 나서 며칠 지나면 줄기가 Y자로 갈라지는 지점이 눈에 띈다. 이 지점을 흔히 '방아다리'라고 부른다. 고추 농사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은 "이걸 따야 한다던데, 왜 따야 하지?" 혹은 "그냥 두면 안 되나?"라는 고민을 자주 하게 된다. 단순히 유튜브나 농업 관련 커뮤니티에서 "따야 한다"라고 하니까 무작정 따기보다는, 왜 그런 과정을 거쳐야 식물이 더 잘 자라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추는 성장 과정에서 줄기가 분지하며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특성이 있다. 이 에너지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나중에 수확하는 양과 품질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화분이나 플랜트 박스에서 키우는 환경이라면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방아다리란 무엇인가?

고추 줄기가 자라다가 첫 번째로 Y자 모양으로 갈라지는 지점을 말한다. 이 Y자 사이에는 보통 꽃이 하나 피거나 열매가 맺히게 되는데, 농가에서는 이 부분을 첫 번째 꽃, 즉 '첫 꽃'이라고도 부른다.

Y자 모양의 분기점 방아다리
방아다리의 첫 꽃

고추는 생장점에 따라 위로 계속 자라려는 성질이 있다. 하지만 이 방아다리 지점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되면 식물은 다음 단계의 성장보다 당장의 열매를 키우는 데 더 많은 영양분을 쏟아붓게 된다. 식물이 아직 충분히 자라지 않은 상태에서 열매 맺기에 에너지를 쓰면, 이후 위쪽으로 뻗어 나가야 할 줄기의 성장이 더뎌질 수 있다.

방아다리를 따주는 구체적인 이유

1. 초기 성장을 위한 에너지 확보

고추 모종을 심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다. 이때 방아다리에서 열매가 맺히면 식물은 성장을 멈추고 열매를 키우는 모드로 전환한다. 잎과 줄기가 충분히 크지 않은 상태에서 열매가 먼저 커버리면 식물 전체의 몸집이 작아진 채로 수확기를 맞이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수확량이 줄어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

2. 병해 예방과 통풍

방아다리 아래로 곁순이 자라고 있는 모습
방아다리 아래 곁순 모습


방아다리 밑으로 곁순을 정리하는 작업은 고추 재배에서 매우 중요하다. 고추는 통풍이 잘되어야 병충해를 예방할 수 있는데, 아래쪽의 곁순과 방아다리의 꽃을 정리해주면 지표면에서 올라오는 습기를 막고 공기 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특히 장마철을 앞둔 시기에는 아래쪽 잎이 흙과 맞닿아 있으면 흙 속의 병균이 잎으로 옮겨붙기 쉽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방아다리 아래는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고추의 첫 번째 분지점인 방아다리와 그 아래 곁순을 제거하는 모습을 나타낸 그림
고추 줄기가 Y자로 갈라지는 방아다리 지점과 그 아래 곁순을 제거하는 위치

방아다리 제거, 언제 하는 게 좋을까?

보통 고추 모종을 밭이나 플랜트 박스에 정식하고 나서 2~3주 정도 지난 시점에 살펴보면 방아다리 꽃이 보인다. 이때가 적기다. 너무 이른 시기에 억지로 따려고 하면 줄기가 상처 입을 수 있으니, 꽃이 명확하게 보일 때 손으로 가볍게 따주거나 작은 가위를 이용하면 된다.

만약 환경이 좋고 고추가 아주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면, 첫 번째 방아다리 꽃뿐만 아니라 두 번째 방아다리까지 따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는 고추 품종이나 키우는 환경에 따라 다르므로 무리해서 다 따낼 필요는 없다. 보통은 첫 번째 방아다리 꽃만 제거해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

흔히 하는 실수와 주의사항

  • 너무 늦게 제거하는 경우: 꽃이 완전히 커져서 작은 열매가 된 후에 따면 식물에 상처가 크게 남는다. 꽃이 핀 직후나 꽃봉오리 상태일 때 제거하는 것이 좋다.
  • 줄기에 상처를 내는 경우: 손으로 뜯을 때 줄기 껍질까지 벗겨지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그 부분으로 병균이 침투하거나 성장이 멈출 수 있다. 가급적 깨끗한 가위를 사용하거나, 손으로 할 때는 줄기를 잡고 꽃 부분만 톡 따는 연습이 필요하다.
  • 과도한 욕심: "많이 따면 더 많이 열리겠지"라는 생각에 너무 아래쪽까지 훑어버리면 광합성을 할 잎이 부족해진다. 방아다리 밑의 잎은 식물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공장과 같으니, 무조건 다 따기보다는 통풍을 방해하는 곁순 위주로 정리하는 것이 좋다.

환경에 따른 관리 차이

나처럼 중부내륙 지역에서 나무 플랜트 박스를 이용해 재배하는 경우, 일반 노지 텃밭보다 흙의 양이 제한적이다. 점적 관수 시설을 이용해 물을 공급하고 있다면 고추가 비교적 일정하게 자라겠지만, 화분 재배는 땅에 심는 것보다 영양분 공급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방아다리를 따주는 작업은 식물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분배하게 돕는 아주 중요한 관리 단계가 된다.

만약 장마철이 다가오고 있다면, 방아다리 주변뿐만 아니라 고추 전체의 잎 배치도 다시 한번 확인해보자. 잎이 너무 빽빽하다면 햇볕이 잎 안쪽까지 잘 들도록 솎아주는 것도 방법이다. 방아다리를 정리하는 것은 단순한 작업 같지만, 식물의 성장을 이해하고 대화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더 즐겁게 텃밭을 가꿀 수 있다.

처음에는 꽃을 따내는 것이 아깝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초기에 꽃을 희생시킴으로써 더 튼튼한 줄기를 만들고, 나중에 더 굵고 실한 고추를 수확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치 있는 작업이다. 각자의 재배 환경과 고추의 상태를 꼼꼼히 살피면서 조금씩 조정해 나가는 것이 텃밭 농사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