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20 [고추] 14편: 고추 지주대 세우기, 뿌리 손상 없이 고정하는 위치 밭에 고추 모종을 심고 며칠 지나면 봄바람이 매섭게 불어닥칩니다. 여린 줄기가 사방으로 위태롭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 쇠파이프나 대나무 지주대를 집어 들고 서둘러 밭으로 달려가게 됩니다. 바람에 쓰러지지 않도록 단단히 붙잡아 매겠다는 조급한 마음에, 모종 줄기 바로 옆 흙속으로 지주대를 힘껏 찔러 넣는 실수가 텃밭 현장에서 빈번하게 벌어집니다. 쇠말뚝이 땅속으로 쑥 들어가는 순간 손끝으로 툭툭 끊어지는 불길한 진동이 전해집니다. 이제 막 밭 흙에 자리를 잡고 뻗어나가던 어린 모종의 생명선인 중심 뿌리와 굵은 실뿌리들이 한순간에 짓이겨져 잘려 나간 것입니다. 겉보기에는 지주대에 기대어 꼿꼿하게 서 있는 듯 보이지만, 뿌리를 심하게 다친 모종은 잎맥부터 누렇게 타들어가며 보름 이상 생육을 멈추고 주저앉습니다.. 2026. 9. 13. [고추] 13편: 고추 방아다리 밑 잎, 무작정 다 잘라내면 안 되는 까닭 밭에서 첫 번째 Y자 갈림길 아래의 곁순을 떼어내다 보면, 원줄기에 넓적하게 붙어 있는 큼직한 본잎들까지 눈에 거슬리기 시작합니다. 곁순을 떼어내어 통풍을 확보하는 김에, 줄기에 매달린 잎들까지 남김없이 훑어내어 매끈한 대나무 막대처럼 만들어버리는 텃밭 재배자가 많습니다. 밑동이 시원하게 드러나니 보기에 깔끔하고 병충해도 덜 탈 것 같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손길입니다. 이처럼 아래쪽 잎을 하루아침에 모조리 뜯어내 버리면 며칠 지나지 않아 모종 전체가 얼어붙은 듯 성장을 멈춥니다. 위쪽 새순이 힘차게 뻗어나가기는커녕 잎끝이 힘없이 처지고, 방아다리 위에 맺혀 있던 꽃봉오리마저 노랗게 말라 떨어집니다. 깨끗하게 정리하려던 의도와 달리, 땅속 뿌리로 내려가는 영양 공급선을 사람이 직접 끊어버려 나무를 굶겨 죽이.. 2026. 9. 13. [고추] 12편: 고추 곁순 제거 시기, 방아다리 아래를 정리해야 하는 이유 본밭에 자리를 잡은 고추 모종이 첫 번째 Y자 갈림길을 만들고 나면, 아래쪽 줄기 마디마다 손가락만 한 새싹들이 하루가 다르게 돋아납니다. 본잎과 줄기가 만나는 잎자루 안쪽 겨드랑이에서 뾰족하게 고개를 내미는 이 어린 가지들을 곁순이라고 부릅니다. 초보 재배자의 눈에는 잎과 줄기가 많을수록 광합성을 더 많이 해서 열매가 주렁주렁 달릴 것처럼 보입니다. 무성해지는 풀숲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그대로 두는 순간, 고추는 위로 뻗지 못하고 아래쪽 덤불로 변해버립니다. 원줄기로 가야 할 수분과 비료 양분이 사방으로 돋아난 곁순들로 분산되면서 정작 위쪽 주가지는 굵어지지 못하고 마디가 굳어집니다. 여름 장마철이 다가오면 땅바닥에 닿을 듯 무성해진 곁순들이 흙탕물을 뒤집어쓰며 곰팡이와 탄저병의 침투 통로로 변질됩니다... 2026. 9. 12. [고추] 11편: 고추 방아다리 꽃 제거, 안 따고 놔두면 생기는 변화 본밭에 자리를 잡은 고추 모종이 원줄기를 곧게 올리다가 처음으로 두 갈래 혹은 세 갈래로 Y자 모양 가지를 나누는 순간을 맞이합니다. 바로 그 갈라지는 중심 마디에 새하얀 첫 꽃봉오리가 수줍게 고개를 내밉니다. 농사 경험이 적은 텃밭 재배자라면 첫 꽃이 맺히는 순간 반가운 마음에 얼른 첫 열매를 맛보고 싶어 그대로 두고 흐뭇하게 지켜보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 첫 꽃을 그대로 두어 열매로 키워내는 순간, 고추는 위로 뻗어야 할 성장을 멈추고 제자리에 주저앉습니다. 키가 쑥쑥 자라 사방으로 수십 개의 곁가지를 펼쳐야 할 시기에, 모종 전체의 영양분이 손톱만 한 첫 열매 하나로 모조리 빨려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초기에 고추 하나를 일찍 따먹으려다 가을까지 수확해야 할 수백 개의 고추를 통째로 잃어버리는 결과.. 2026. 9. 12. [고추] 10편: 고추 심은 직후 물주기, 뿌리 활착을 돕는 적정 관수량 밭에 고추 모종을 알맞은 깊이로 심고 흙을 덮은 뒤, 호스를 들고 서서 얼마나 물을 주어야 할지 손끝이 망설여집니다. 물이 부족하면 모종이 타서 말라버릴까 걱정스럽고, 너무 많이 주면 뿌리가 숨을 쉬지 못해 썩어 들어갈까 두려운 마음이 교차합니다.텃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은 모종을 심어놓고 잎 위에서 조리개로 물을 살짝 흩뿌리며 겉흙만 적시고 끝내는 모습입니다. 반대로 어떤 밭에서는 모종이 물웅덩이에 둥둥 뜰 정도로 물을 쏟아부어 줄기 밑동에 차가운 진흙 반죽을 만들어 놓기도 합니다. 정식 당일 잎이 파릇하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습니다. 겉흙만 살짝 적신 모종은 다음 날 정오의 뙤약볕 아래에서 맥없이 주저앉고, 물웅덩이에 갇힌 모종은 며칠 동안 잎맥이 누렇게 뜨며 성장을 멈춥니다. 고추가 본밭 흙의.. 2026. 9. 11. [고추] 9편: 고추 모종 흙 높이, 줄기 배꼽을 맞추는 적정 기준 밭에 구덩이를 파고 고추 모종을 쏙 넣은 뒤 주변 흙을 덮을 때, 손이 멈칫하며 고민에 빠지는 지점이 있습니다. 포트에 담겨 있던 흙덩이 위로 밭 흙을 어느 정도 두께로 덮어야 할지 애매하기 때문입니다. 비바람에 넘어질까 염려되어 줄기 중간까지 흙을 두툼하게 북돋워 주거나, 반대로 구덩이를 너무 얕게 파서 하얀 상토 덩어리가 밭 표면 위로 툭 튀어나오게 심는 일이 텃밭 현장에서 흔히 일어납니다. 정식 직후에는 두 방식 모두 큰 탈 없이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며칠만 지나면 확연한 격차가 벌어집니다. 흙을 지나치게 덮은 모종은 줄기 밑동이 젖은 흙탕물 속에서 짓무르며 성장을 멈추고, 흙을 덜 덮어 상토가 노출된 모종은 한낮의 볕에 스펀지처럼 수분을 빼앗겨 바짝 말라버립니다. 고추가 본밭 흙 속으로 잔뿌.. 2026. 9. 11. 이전 1 2 3 4 다음